2010년대 초반부터 클라우드, 모바일, 분석 기술 도입은 디지털 전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이 어떻게 사람과 프로세스를 연결하고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그 결과 IT 솔루션은 기술 중심으로 설계됐고,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에 맞춰 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대부분의 문의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며 그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AI가 문맥과 인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기술 도입과 실제 운영상의 변화 간 격차를 좁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술 중심의 함정
많은 기업은 고객 경험 개선, 운영 효율 향상, 혁신 추진 등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기술 현대화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접근은 겉보기에 논리적이지만, 실상은 ‘기술 중심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진짜 비즈니스 문제보다 기술 도입을 우선시하는 실수로,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에 맞춰 사람과 프로세스를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된다.
그 결과 도입은 됐지만 활용은 저조하고, 프로세스는 어색하며, 전환 성과는 기술 업그레이드에 그치는 경우가 잦다. 이처럼 기술이 디지털 전환을 완성할 수는 있지만, 실제 채택률이나 생산성, 기대했던 비즈니스 가치는 확신하기 어렵다.
사람 중심 디지털 전환으로의 전환
AI는 이러한 구조를 전복할 가능성을 지닌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개인의 선호, 행동, 의사결정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을 갖췄다. 기존 시스템처럼 사용자가 기술 논리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람의 언어와 의도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사람 중심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능케 한다. 이는 시스템이 사람의 필요와 의도를 이해하고, 맥락에 맞춰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완수하는 방식이다. 사람에게 기술을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람의 사고방식과 업무 흐름에 맞춰 시스템이 움직이게 된다.
생성형 AI가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AI는 과거 패턴에 기반한 추론, 정형·비정형 데이터 모두를 처리하는 능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을 강화한다. 또한 자동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엔드 투 엔드 업무 흐름 실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사람과 기술 사이의 장벽을 허문다. 이는 디지털 전환 초기부터 이어져온 기술 도입과 운영 변화 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가치를 입증하며 채택을 유도하는 생성형 AI
생성형 AI는 기존 정보와 패턴을 바탕으로 텍스트, 이미지, 코드, 오디오 등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의 한 분야다. 2024년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챗GPT 등 기술이 대중화되며 본격 확산됐다. 낮은 진입장벽과 명확한 가치 제공, 기술 이해도와 무관하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접근성은 빠른 채택을 가능케 했다.
디지털 전환 시작 전에는 늘 비즈니스 가치 입증이 과제로 남지만, 생성형 AI는 다른 기술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입증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단지 인간처럼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고품질·고관련성의 결과물을 생성하는 능력이 대규모 확산의 핵심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성형 AI는 기술 장벽을 낮추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혁신 주기를 가속화하려는 기업에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혁신과 소프트웨어 개발의 민주화
소프트웨어 개발은 시스템 구축, 운영, 처리,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며 디지털 전환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2025년 2월,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소개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코드 작성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념이다. 개발자가 원하는 결과를 ‘프롬프트’로 표현하고, 출력 결과를 분석하며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하는 방식으로, 코드 자체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도 개발이 가능하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방식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며, 누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지, 기업이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변화시키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역사적으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코드를 다가가게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초기의 포트란(Fortran), C 언어부터 시각적 인터페이스로 개발을 단순화한 로우코드/노코드 플랫폼, 코드 제안을 자동화한 AI 지원 개발까지, 코딩의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바이브 코딩은 기존 AI 지원 개발과 달리, 애플리케이션 코드 전반을 AI가 주도해 생성한다.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도 도구가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수정안을 제시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이러한 접근은 콘텐츠 기반 사이트, 내부 도구, 소규모 앱 개발 분야에서 두드러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전체 코드 중 최대 30%가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브 코딩은 애플리케이션의 필요성과 의도에 대한 사람 간 대화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재정의한다. 이를 통해 개발의 민주화를 실현하며, 구현보다 창의성과 혁신에 집중하자는 디지털 전환의 본래 목적과 일치한다.
에이전틱 AI: 전사 업무 흐름의 자율 실행
에이전틱 AI는 지능형 자동화의 차세대 개념으로,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며 적응해 전사 업무 흐름을 자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작업자로 기능한다. 바이브 코딩이 코드 생성, 개선, 디버깅을 자동화했다면, 에이전틱 AI는 전체 워크플로우를 설계부터 실행까지 주도한다.
에이전틱 AI는 반추(reflection), 도구 활용(tool use), 계획 수립(planning), 다중 에이전트 협업(multi-agent collaboration) 같은 설계 패턴을 기반으로 응답을 생성하며,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능을 향상시킨다. 변화하는 패턴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최소한의 사람 개입으로 운영되고, 다양한 다운스트림 시스템과 자연스럽게 연동할 수 있으며,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에이전틱 AI가 생산 라인의 효율적 운영을 자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성능 저하를 감지하고 원인을 진단한 뒤, 부품이나 서비스 주문, 유지보수 일정 수립, 생산 스케줄 조정, ERP 주문 갱신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처리하며 다운타임을 최소화한다.
사람 중심 전환 목표 실현
디지털 전환이 성공했는지는 채택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전환을 단순히 완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채택을 유도하려면 기업은 막대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사람 중심인 AI는 다음과 같은 목표 달성에 특히 효과적이다.
- 교육 부담 감소와 사용자 채택 확대: 솔루션, 워크플로우, 프로세스가 자연어 기반으로 작동하면, 별도 교육 없이도 쉽게 익힐 수 있어 사용자 채택률이 높아진다.
- 전략적 혁신 강화: 기술 장벽이 낮아지고 채택이 쉬워지면 더 많은 인력이 전환 과정에 참여해 기술 중심을 넘어선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 프로세스 전반의 개선: 소프트웨어 제약에 맞춰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산성과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워크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어, 전사적인 프로세스 개선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
AI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과제
AI에 대한 초기 기대감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고, 잠재력은 여전히 막대하지만, 기술이 성숙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일반적인 AI 과제인 편향, 책임, 거버넌스 외에도 디지털 전환에서 AI 활용과 관련된 성숙도 과제도 존재한다.
- 보안 리스크: 사람의 감독 없이 AI가 작동할 경우, 암호화 누락, 데이터 유출, 코드 취약점, 무단 접근 등의 위협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에이전틱 AI가 적절한 거버넌스 없이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인가되지 않은 사용자에게 이를 노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 과도한 의존과 기술 역량 저하: 자연어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강력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이를 AI에만 의존하게 되면 근본적인 기술 역량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 바이브 코딩은 AI의 주도적 역할을 권장하지만, 코드 품질과 향후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문제 해결 역량과 생성된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과도한 의존은 인간의 책임감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부족: 복잡한 AI 모델은 종종 ‘블랙박스’처럼 작동하며, 그 결과나 판단 과정을 해석하기 어렵게 만든다. 반면, 지나치게 설명 가능성을 높이면 내부 작동 원리를 해커가 파악해 악용할 위험도 존재한다.
진정한 전환을 위한 길
AI가 가진 진짜 가능성은 기술 도입과 실질적인 운영 변화 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AI는 사람의 언어와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 사람과 디지털 도구 간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AI의 급속한 발전 속도는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언제나 기술 자체가 아닌 ‘사람’과 ‘프로세스’에 중심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dl-ciokorea@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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