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은 오랫동안 애플 럭셔리 기기의 높은 가격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만약 그들이 $1,599(한국에선 250만 원)짜리 고사양 아이폰 16 프로 맥스 또는 $2,299(한국에선 약 349만 원)짜리 고사양 아이패드 프로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애플의 프로 제품 중 가장 비싼 모델조차도 럭셔리 제품 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에 가깝다. 두 개념은 확연히 다르다.
럭셔리 제품의 예를 살펴보자. 8,900달러의 구찌 재킷, 10,000달러의 디올 가방, 17,000달러의 애플 워치가 있다. 진정한 럭셔리 제품은 독점성에 관한 것이며,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로 가치가 매겨진다. 그러나 아이폰 연간 판매량이 2억 대를 넘는 상황에서 럭셔리 브랜드 전략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599(한국에선 99만 원)짜리 신형 아이폰 16e가 좋은 예다. 이 제품은 구형 디자인과 단일 카메라를 탑재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스마트폰이다. (애플이 무엇을 주장하든 간에 실제 광학 줌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아이폰 16e는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에 세련된 제품을 찾는 대중을 위한 제품군에 속한다. 쉽게 말해, 까르띠에가 아닌 제이 크루(J. Crew) 같은 포지션에 가깝다.
애플 제품 중에서도 진정한 프리미엄 제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이패드 프로, 맥 프로, 아이폰 16 프로 맥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와 세련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탁월한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맥 프로에 큰 비용을 투자하는 영상 전문가나 앱 개발자는 뛰어난 안정성과 최고급 하드웨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수천 달러 차이 나는 제품들이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를 럭셔리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애플은 여전히 프리미엄 제조업체인가?
애플은 해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늘려 가고 있다. 물론 이들 제품도 높은 품질을 갖췄지만, 프리미엄보다는 대중 시장을 겨냥하며 기존 애플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 M4 맥 미니는 자주 $599(한국에선 89만 원) 정가 이하로 판매된다. 정가로 구매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컴퓨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 애플 워치 SE는 럭셔리 스마트워치가 아니며, 애플 워치 시리즈 10과 비교했을 때 프리미엄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199(한국에선 약 32.9만 원)에 구매할 수 있어, 애플 생태계에 일찍 입문하는 젊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 다채로운 색상의 홈팟 미니는 단 $99에 구매할 수 있으며(한국에선 공식 출시되지 않음), 클래식 홈팟보다 $250 저렴하다. 저음부의 음질이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충분한 매력을 갖춘 스마트 스피커다.
• 현재 애플 TV는 $129(한국에선 21.9만 원)에 높은 수준의 홈 시네마 경험, 음성 제어, 직관적인 리모컨 기능을 제공한다.
• 에어팟 4는 $179(한국에선 26.9만 원)에 에어팟 프로 수준의 음질과 ANC(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제공한다.
• 10세대 아이패드는 $349(한국에선 52.9만 원)에 판매되고, 예산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이는 13인치 아이패드 프로보다 거의 1,000달러 저렴하다.
애플은 몇 년 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지불 능력이 있는 소비자에게만 최고급 제품을 제공하는 순수 프리미엄 제조사, 즉 소비자 기술 분야의 포르쉐와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더 넓은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 전자의 선택지는 위험 부담이 컸다. 몇 가지 고가 제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들이 좁은 고객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러한 위험의 좋은 예시다.) 결국, 애플은 후자의 길을 선택했다.
대중 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이점
애플은 다양한 소득 계층을 겨냥한 대량 생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폰 16 프로 맥스 같은 프리미엄 제품은 높은 이익률을 보장하지만,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폰 16e 같은 제품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결국 아이클라우드+, 애플케어+, 애플뮤직, 애플페이, 그리고 앱 스토어 같은 서비스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인도 같은 성장 시장을 공략하려면 프리미엄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광범위한 고객층 확보는 또 다른 장점을 가져온다. 일단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품 출하량이 늘어날수록 매출이 증가하며, 이를 통해 개발과 마케팅 등에서 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극소수 고객을 위해 자체 아이폰 CPU와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지만, 연간 2억 3,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면 TSMC 같은 반도체 제조사와 완전히 다른 협상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애플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가 프리미엄보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흐름이 강해질 경우, 향후 몇 년 내에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변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은 이 변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독일 IT 언론사 맥벨트(Macwelt)에 처음 게재되었으며, 파운드리 산하 매체인 맥월드가 영어로 번역하여 공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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