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가히 폭발적이다. 오픈AI 챗GPT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갖춘 새 모델을 출시한 후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만들기에 약 8억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지구 인구 중 약 10%가 사용한 셈이다. 웬만한 국가의 화이트칼라 또는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AI가 촉발하는 무인, 비대면 시대에 전통적인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바왈라 배송시스템
AI 무인 배송 시대 속에서 전통적인 인력 기반 배송 시스템인 다바왈라(Dabbawala)의 경쟁력은 있을까? 다바는 도시락을 의미하고, 왈라는 나르는 사람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인도의 뭄바이, 오전 10시경 가정에서 만든 도시락을 수거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매일 20만개 이상의 도시락을 수거하여 자전거로 가까운 역으로 운반한다.
다바왈라는 도시락마다 색상을 달리하고 기호와 숫자로 구현된 코딩시스템으로 물류를 관리한다. 원초적 디지털 시스템인 셈이다. 색상과 출발역을 나타내는 코딩 시스템은 목적지와 수령인을 식별한다. 또한 목적지 역과 배달해야 하는 건물과 층수 등을 나타낸다. AI과 같은 기술의 도움 없이 운영의 효율성을 구현한다.

[그림1] 다바왈라 코드 시스템과 시그마 관리
최형광
130년 역사를 가진 다바왈라는 뭄바이의 복잡한 교통시스템에서 공식적 인증은 아니지만 6시그마 품질 기준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준다. 6시그마는 품질 개선을 위한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 기법으로 결함 없는 프로세스(3.4ppm 이하)를 목표로 한다. 즉 100만 개당 3.4건의 오류를 허용하는 수치다. 다바왈라의 배송은 6시그마 오차보다 낮은 600만 건당 한번의 오류로 나타난다. [그림1]은 다바왈라 코드 분류와 시그마 관리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6시그마 시스템은 IT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에 의존하는 반면, 다바왈라는 수작업 기반으로 한다. 각 거점에서 릴레이 형태로 도시락을 전달하며, 높은 정확도를 유지한다. 첨단 기술 개입 없이 분업화된 프로세스와 숙련성으로 6시그마 품질을 구현해 낸 대표적 사례다.
영국의 블랙캡
런던의 상징으로 불리우는 블랙캡(Black Cab)은 검은색의 껑충한 왜건형 택시다. 블랙캡의 기사가 되려면 2만 5,000여 개의 도로망과 2만여 개의 랜드마크를 암기해야 하기에 평균 2~4년정도의 훈련 과정을 비롯해 고도의 운전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2]는 런던의 블랙캡 시험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블랙캡 기사가 되기 위한 시험은 ‘The Knowledge’로 불리는데 풀네임은 ‘The Knowledge of London’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런던 중심부에서 반경 약 6마일(약 9.6km) 이내의 모든 도로, 거리, 건물, 랜드마크를 암기해야 한다. 또한 런던 지식 학습가이드인 ‘블루 북'(Blue Book)에서 설명하는 320개의 ‘런(Run)’으로 불리는 경로를 학습하고 각 경로의 시작점과 끝점 주변 400미터 이내의 모든 도로와 주요 지점도 함께 암기해야 한다.

[그림2] 런던 블랙캡 블루북과 ‘The Knowledge’ 시험 단계
최형광
‘The Knowledge’시험은 약 7단계로 진행된다. 자체평가와 필기시험, 채점관과 일대일 구술 면접을 받게 된다. 그 과정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로 녹화한다. 각 단계에서 일정 포인트를 쌓으면 통과된다. 다시 실전 드라이브를 통한 노선의 이해와 실무능력을 점검하고 최종 통과시에 뱃지(Bedge) 받게 된다. 그린뱃지는 런던 전역에서 영업할 수 있다.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블랙캡 기사는 정보기술 도움 없이 정확한 길 찾기, 우회로 계산, 교통 체증과 돌발변수 대응력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철저한 교육과 시험을 거친 기사는 전문성과 자부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기술은 ‘대체’ 아닌 ‘융합, 공존’
런던의 모든 지리를 꿰고 있는 블랙캡의 기사들이 우버의 진출을 경계함에 따라 우버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다. 지금은 런던의 승객이나 여행자는 우버(Uber)앱을 통해 블랙캡을 호출하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우버앱에서 ‘Black Cab’ 옵션을 선택하여 블랙캡을 예약이 가능하며 지리 전문성을 보유한 블랙캡 기사도 내비게이션 이용을 병행하여 서비스를 한다.
인도의 블링킷(Blinkit), 스위기(Swiggy), 젭토(Zepto)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도시 생활자와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10분 이내의 빠른 배송으로 성업 중이다. 오차 없는 다바왈라의 서비스도 디지털화의 경쟁에 맞닿고 있다. 당장 다바왈라 서비스가 정보기술 블링킷과 같은 플랫폼에 잠식되지 않겠지만, 언제까지나 수작업과 성실성으로 승부할 수 없다. 다바왈라도 신기술의 접목으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며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내 직업과 일자리
디지털 전환과 AI 대전환의 시대다. 챗GPT의 질문에 대한 체계화된 즉시적 반응, 코딩의 효율성은 감탄과 함께 짧은 탄식을 선사한다. 기술은 인간이 만든 도구이자 방편이다. 레거시 산업은 블랙캡과 같이 신기술을 융합해야 하고 다바왈라는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
기술이 우리의 근본적 일상과 삶의 터전을 바꾸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진화하면 과거 산업혁명의 대량실업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고 사회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AI 기술의 활용과 공존은 우리의 선택일 뿐이다.
[email protected]
Read More from This Article: 최형광 칼럼 | AI 시대의 다바왈라와 블랙캡
Source: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