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으로 영업 중심의 회사는 영업이 핵심 역량인 회사이고 기술 중심의 회사는 기술이 핵심 역량인 회사이다. 이 두 종류의 회사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 다를까? 그리고 점차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IT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아야 할까?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IT 분야의 신생 기업들은 대체로 기술 중심의 회사들이 주류를 형성한다. 회사 인력의 대부분이 엔지니어 또는 프로그래머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솔루션 또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중견 기업 이상의 규모에서 기술 중심의 회사들은 ERP, 그룹웨어, 미들웨어 등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다른 기업군으로는 포털, B2B 또는 B2C 상거래 플랫폼 등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들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 중심의 회사가 영업 조직이 없거나 영업의 중요성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성장과 실적의 개선이 영업 조직의 역량보다는 회사가 원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 및 제품, 서비스의 경쟁력에 크게 좌우된다.
반면 영업 중심의 회사는 대체로 외국산 솔루션 또는 하드웨어 제품군을 판매하는 총판, 유통사 등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IT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I 기업들의 상당수가 영업 중심의 기업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영업 중심의 기업이라고 해서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실적이 영업 조직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면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 두 부류의 회사의 공통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표면적으로 모두 IT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하지만 기술 중심의 회사들이 상당수 B2C 분야의 회사들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 영업 중심의 회사 다수는 B2B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B2C 시장의 특징이라면 뚜렷한 영업 대상 포인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다른 경쟁사와 부딪히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에 고객이 최종적으로 사용할 제품 또는 서비스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반면 B2B 시장의 특징은 대체로 B2C에 비해 뚜렷한 고객 리스트가 존재하며 고객에게 영업을 전개할 때 분명한 목표점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번 고객과의 관계를 맺으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소수의 고객 의사결정권자에 의해 제품 또는 서비스의 선정이 이루어지므로 고객과의 관계 관리 및 영업 역량이 사업 성패의 핵심이다.
경제 환경이 좋거나 IT 시장이 활황일때는 기술 중심의 기업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진다. 기술 중심 기업은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므로 매출 단가 대비 영업 이익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매출이 올라가면 영업 이익이 빠르게 성장한다. 주변 환경이 우호적일 경우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유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우량한 성격의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외부 투자 유치를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좋은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B2B 시장을 주 무대로 하는 영업 중심의 기업은 시장이 호황이어도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영업 중심의 기업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기업과 유사한 규모의 대규모의 영업 적자를 보는 경우도 드물다. 투자에 의존하는 단계의 스타트업과는 달리 과도한 인건비 지출을 유발하는 경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 이익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어 기술 중심 기업과는 달리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수준의 영업이익이 최선이다.
반면 경제 환경이 악화되거나 IT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경영을 위한 비용 또는 투자를 축소하는 비율이 소비자들이 소비를 축소하는 비율보다는 상대적으로 낮다. 기업이 존재하고 운영되는 한 최소한의 투자와 비용 집행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B2B 영업 중심의 IT기업들의 상황이 B2C 기업의 상황 악화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따라서 시장이 침체될 때는 영업 중심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기술 중심 기업은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유지하게 위한 기술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자신이 소속된 IT기업이 기술 중심의 기업인지 또는 영업 중심의 기업인지에 따라 경영자 그리고 기업의 리더들이 IT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고민해야 하는 내용과 풀어야 하는 숙제가 서로 다르다.
2025년은 팬데믹 시기에 과도하게 부푼 유동성에 따른 호황 효과가 완전히 꺼지고 작년부터 계속된 유동성 축소 상황의 지속으로 소비자들은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자산 거품이 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러한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하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높다.
내가 속한 기업이 기술 중심의 기업인지 영업 중심의 기업인지 알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기술에 집중하여야 할까? 영업에 집중하여야 할까? 2025년을 앞두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분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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