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챗GPT가 최근 특정한 스타일로의 이미지 변환 작업을 척척 해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열광한 장르가 지브리 풍이다. 왜 사람들은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에 열광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추세에 편승했는지에 대해 칼럼을 쓰려고 했다. 정말 그랬다.
그런데 글 잘 쓰기로 소문난 또다른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클로드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브리 이미지 변환 열풍에 대해 기술적/사회적/법적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프롬프트를 던졌다. 그랬더니 정말 체계적으로 잘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추가로 ‘그럼 이런 사례가 미래에 어떤 기술적/사회적/법적 변화를 가져올까?’라는 프롬프트에 클로드는 또 열심히 글을 써서 보여줬다. 그래서 다시 ‘상기 내용을 기반으로 A4 3장 분량의 칼럼을 작성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잠시 후 글을 쭉 써내려 갔다. 그 결과를 보고 더 잘 쓸 자신이 없어 그 주제를 포기했다. 혹시 클로드가 어떻게 칼럼을 썼는지 궁금하면 위 프롬프트를 입력해 보면 된다.
어떤 사진이든 따듯하고 목가적인 화풍의 지브리 스타일로 척척 그릴 수 있는 뛰어난 화가인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칼럼 원고 작성은 전혀 어렵지 않은 몇 초 만에 써 내려갈 수 있는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정말 글 쓰는 능력이 이렇게 뛰어나다면 과연 인공지능은 사람이 쓴 칼럼과 인공지능이 쓴 칼럼을 잘 구별해 낼 수 있을까? 그래서 필자의 이전 칼럼 몇 개를 가지고 테스트를 해 봤다.
사실 최근 한 칼럼은 원고 작성 시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글이다. 그 글을 입력한 결과 ‘이 글은 AI가 생성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람이 일부 가공했을 가능성이 높음’이라며 근거로서 ‘AI가 생성한 듯한 매끄러운 문장 구조와 논리적 흐름이 존재하지만, 한국 IT 산업의 역사적인 맥락과 특정 사례를 반영한 점에서 인간의 개입이 보임. 완전히 AI 생성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AI가 초안을 작성하고 사람이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전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지 않은 글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 봤다. 그 결과는 ‘이 글은 AI가 생성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람이 일부 가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매끄럽고 논리적인 흐름과 균형 잡힌 논조는 AI가 생성한 글과 유사’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 매끄럽고 논리적인 흐름과 균형 잡힌 논조가 AI가 생성한 글이라고 유추하는 근거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가까운 미래에 무엇인가 뛰어난 창작물은 인공지능이 작성한 것이고 부족하거나 결함이 있는 창작물은 인간이 창작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세상이 오려나?’하는 뜬금없는 걱정이 들었다.
지난달 초에 <인공지능, ‘튜링 테스트’에서 인간에 압승했다>라는 기사가 언론에 실렸다.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영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판별하는 시험이다. 테스트 방법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나는 컴퓨터, 다른 하나는 사람이 입력하는 시스템을 상대로 채팅을 해서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사람 답변인지 구별하지 못하거나 컴퓨터 답변을 사람 답변으로 착각하면 해당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시험이다.
물론 채팅 능력만으로 인공지능이 사람과 동등한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은 아무도 없겠지만 컴퓨터 기술의 극히 초창기였던 1950년에는 이런 능력이 진정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완료된 증거하고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사실 2025년이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첫 해이다.
인공지능의 지브리 화풍 이미지 생성 열기와 관련하여 원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쩌면 인공지능에게 원작자의 이미지를 입력하고 이걸 누가 생성한 이미지인지 분석해 달라고 하면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근거로 이미지의 완벽함을 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정말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최근 참석했던 한 행사에서 발표자는 AGI 그러니까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의 출현 시기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향후 5년 이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한 사람의 능력을 완벽하게 대신하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명의 전문가 집단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예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예측은 사람에 따라 어둡기도 하고 밝기도 하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가능한 인공지능의 미래를 밝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다.
IT분야에 40년 가까이 넘게 몸담고 있으면서 IT 기술이 세상을 발전키는 것을 1980년대부터 직접 보아왔지만 인공지능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술은 없었던 것 같다. 날카로운 칼이 검객의 손에 있으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무기가 되고 의사의 손에 있으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된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결국 사람 손에 있는 것이다.
사족으로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마지막 프롬프트는 항상 ‘도와줘서 고마워~’ 이다. 미래는 혹시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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