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보급확장과이용촉진에관한법률‘[시행 1987. 1. 1.] [법률 제3848호, 1986. 5. 12., 제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시행 1999. 7. 1.] [법률 제5835호, 1999. 2. 8., 전부개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시행 2001. 7. 1.] [법률 제6360호, 2001. 1. 16., 전부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 2006. 10. 4.] [법률 제8031호, 2006. 10. 4., 타법개정]
약칭이 모두 ‘정보통신망법’인 이 법들은 ‘전산망보급확장과이용촉진에관한법률’이란 지금 보면 좀 ‘예스러운’ 이름으로 1987년 1월 1일 처음 시행되었고, ‘전부 개정’이란 전면적인 변신을 통해 지금의 정보통신망법이 되었다. 제정도, 전부 개정도 아니고, ‘겨우’ 타법 개정(다른 법의 개정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개정)으로 2006년 10월 4일에 시행 정보통신망법을 굳이 이 글에 인용한 것은 오로지 법 이름의 ‘띄어쓰기’ 때문이다.
<알기 쉬운 법령 정비기준(제10판 증보판)>(법제처, 2023)에 따르면, 법제처(행정부)에서는 “2006년~2010년까지 5년 동안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이하 알법)을 진행하여 ‘알기 쉬운 법률안’ 890건이 국회를 통과했고, 그 하위 법령(시행령, 시행규칙)까지 알기 쉽게 정비했다고 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2006년 10월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변신한 것 역시 ‘알법’ 덕분인 듯하다. ‘알법’ 이후에도 법제처는 전문용어 등 어려운 법령용어의 정비(2018년~), 행정규칙의 어려운 한자어와 전문용어 정비(2020년~2022년), 법령 문장 정비(2023년~)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다소 장황하게 법제처의 이런 활동을 소개하는 것은 ‘생계형 법 공부’로 처음 법을 읽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부터 법률 용어가 일반 생활의 용어와 상당히 다르고 한자어가 많아 필자 같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많이 경험해서다.

법령정보센터
법제처가 운영하는 ‘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법률은 모두 1,676건이고, 헌법과 법령, 자치법규를 포함하면 모두 155,930건에 이른다. 한 마디로 일반 국민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웬만한 일에는 관련 법규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법령의 주 독자는 일반 국민임을 분명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법령이 쉽게 쓰여야 할 본질적인 이유다.
법령과 관련해 국민이 읽어야 할 중요한 문서가 바로 법령을 최종적으로 해석한 법원(사법부)의 판결문이다. 특히 판결의 당사자는 판단 대상이 된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이면서 판결 결과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는 면에서 판결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판결문 역시 쉽게 쓰여야 할 본질적인 이유다. 헌법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는 재판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쉬운 판결문의 필요성에 관해 매우 인상 깊게 설파한 글을 소개한다.
“판결문은 재판 당사자에게 재판부의 판단을 정확하게 알리는 보고문서이다. 보고받는 상대방이자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직접 알고 경험한 재판 당사자에게조차 판결의 내용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판결문의 본질적 기능과 괴리가 있다.>“ 정문경(서울고등법원 판사), “술술 읽히는 판결문”, 법률신문, 2023.5.22 |
법원에서도 일찍이 ‘읽기 쉬운 판결문 쓰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에서는 “법원 구성원들이 법률 문장을 작성할 때 우리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작성할 수 있도록” 1997년 12월 첫 <법원 맞춤법 자료집>을 발간한 데 이어, 2006년 12월 개정판, 2013년 2월에는 첫 전정판(전면 개정판), 2023년 7월에는 제2 전정판을 발간하면서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필자가 법을 읽게 된 뒤 법령에서 꼭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다. 바로 법령을 인용할 때 조·항·호·목을 붙여 쓰는 법 동네 관행이다.
제11조(다른 법률의 개정) ⑧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74조의3제1항제2호가목 중 “영상정보처리기기”를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부칙 <법률 제19234호, 2023. 3. 14.> |
바로 ‘제74조의3제1항제2호가목’이다.
‘제74조의3 제1항 제2호 가목’으로 띄어 쓰면 가독성이 확 오를 텐데, 모든 법령에서, 그리고 법령을 인용하는 대다수 글에서 띄어 쓰지 않는다.
한글 맞춤법(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2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제43항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중략) 다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 두시 삼십분 오초 16동 502호 1446년 10월 9일 >한글 맞춤법(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2호) |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조·항·호·목은 띄어 쓰는 것이 맞다. 맞춤법으로 보나 일반 국민의 가독성으로 보나 띄어 쓰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걸 붙여 쓰는지 궁금했다.
나) 인용 시의 띄어쓰기 개정 부분을 인용할 때에는 조⋅항⋅호⋅목을 붙여 쓰고, 본문⋅단서, 전단⋅후단은 띄어 쓰며, “중”은 맞춤법에 맞게 띄어 쓴다 제5조제1항∨본문∨중 “—”을 “—”로 한다. 제6조제1항∨중 “–”을 “–”로 하고, 같은∨조∨제3항∨중 “–”을 “–”로 한다. >법제처, <법령 입안 심사 기준>, 2024 |
비슷한 내용이 법제처에서 발간하는 <월간법제> 2010년 2월호에도 있다. (이전 자료가 더 있는지도 모르겠다.)
2. 붙여 쓰는 경우 – ‘조 번호, 항 번호, 호 번호, 목 번호’를 서로 붙여 쓰고, 가지번호도 붙여 쓴다. >•제△조제△항제△호△목 제5조제2항제4호가목 제5조의3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령 만들기”, 월간법제 2010년 2월호 |
법제처에서 5년 동안 진행해 온 ‘알법’ 사업의 종료 시점에 작성된 글이라 법제처의 종합적인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왜 맞춤법을 어기면서 이렇게 쓰는지 설명은 없다.
비슷한 내용이 국회 법제실에서 발간한 자료에도 있다.
바. 관행화된 법문표현 ⑦ 제○조∨제○항 → 제○조제○항 >•한글 맞춤법 : 제4조∨제2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 >•법문 표현 : 제4조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 규정을 인용하는 경우 인용하는 부분의 명확한 구분을 위하여 조ㆍ항ㆍ호ㆍ목 등은 모두 붙여 씀. >국회 법제실, <입법이론과 법제실무>, 2008.5. |
국회에서는 한글 맞춤법을 어기는지 알면서도 조·항·호·목을 붙여 쓰는 이유를 “인용하는 부분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사법부의 판결문에서는 이에 관해 어떤 기준을 가졌는지 살펴봤다.
나. 조항 표시 법령은 조·항·호·목 단위로 붙여 쓴다. 목에는 ( )를 쓰고, 별표 및 별지 서식에는 [ ]를 쓴다. >•민사소송법 제228조 >•소득세법 제99조 제1항 제1호 (나)목 >•민법 제777조 제3호(제○항 없이 제○호만 나오는 경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제1항 [별표 3]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지 제7호 서식] >법원 도서관, <법원 맞춤법 자료집>(제2전정판), 2023.7. |
<법원 맞춤법 자료집>에서는 한글 맞춤법을 정확하게 따라 조·항·호·목을 띄어 쓰도록 한다. 판결문에서도 띄어쓰기가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참고: 법령정보센터 ‘판례·해석례 등’).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이 법원과 법제처 기준의 차이에 관해 한 대법원 사이트에 작성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다만 법제처는 조 번호, 항 번호, 호 번호, 목 번호를 ‘제○조제□항제△호’와 같이 서로 붙여 쓰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법무부의 실무 역시 마찬가지인데, 법문의 간결함을 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한지형, “[조사심의관 코너] 법 쓰는 법”, 2021.12.06.)
법제처 ‘누리집 개선의견’에 이에 관한 요청과 답변이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
“(상략) 위의 예시는 전부 국립국어원에 직접 문의하여 올바르게 고친 겁니다. 특히 ´제3조제2항제1호´는 ´제3조 제2항 제1호´로 띄어 쓰는 것이 확실하며 대법원 판례에서도 역시 띄어 쓰고 있습니다.”>(김**, “법조문 띄어쓰기 수정 부탁합니다”, 2013.6.13.)
“(상략) 다만, 귀하께서 ‘제3조제2항제1호’를 ‘제3조 제2항 제1호’로 띄어쓰기 할 것을 예시해 주신 내용은 조·항·호·목을 붙여 쓰도록 법령의 입안과 심사에 관한 기준인 「법령 입안 심사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서는 입법기관인 국회 등과 협의를 거친 사항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법 개정을 위한 입법 절차는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서 진행하게 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김OO(법령정비담당관), 2013.6.19)
요약하면, 법령의 제·개정을 담당하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조·항·호·목을 붙여 쓰는 것을, 법령의 최종 해석을 담당하는 사법부에서는 조·항·호·목을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셈이다.
법령에서 늘 붙여 쓴 조·항·호·목을 읽어 온 법조인들에게는 이를 띄어 쓰는 것이 낯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이 거의 바꿀 수 없는 원칙인 것처럼 말씀하신 분도 계셨다. (그럼에도 이미 판결문에서 띄어쓰기를 하고 있어서, 법조인 대부분이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법령의 핵심 독자가 일반 국민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글 맞춤법과 일반 국민의 가독성에 맞추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항·호·목을 띄어 쓰면, 많은 법령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법령정보센터에서 나타난 15만 건 중 상당수가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맞춤법을 어기고, 국민 가독성이 떨어지는 법령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입법부와 행정부의 조·항·호·목의 띄어쓰기 원칙이 개정되고 법령에도 반영되어 일반 국민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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